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이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지요. 바질레터도 곧 마지막화 발행을 앞두고 있답니다.
‘출판계의 사소하고도 중요한 한 잎이 되겠다'는
저희의 첫 발행 포부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이제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에디터 각자만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영 마지막은 아니겠지요. 또 다른 이름과 지면으로 찾아 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염원하고 바랍니다.
바질 열여섯 잎은 ‘잘 이별하기 위한 책 추천'입니다.
editor.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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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미덕, 혼자 됨을 견디는 힘
저희는 곧 이별을 앞두고 있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서울출판예비학교의 6개월 과정이 몽땅 흘러가 곧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매일 보던 얼굴들을 이제는 약속 잡는 노력을 해야만 볼 수 있다는 게 어색하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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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질레터 이번 회차 발행을 앞두고 곧장 떠올랐던 책 한 권이 있는데요, 노이메 볼라의 ⟪지렁이의 불행한 삶에 대한 짧은 연구⟫입니다. 이 책은 제 고향 ‘대구’에서 우연히 만난 독립서점 ⟨하고책방⟩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전문 서점이었는데, 이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띄지 뭐예요.‘지렁이가 왜 불행하지?’ 책을 맞닥뜨리고 가장 처음 한 생각은 이것이었어요. 왜 불행한지는 차차 알아가게 되실 거예요.(속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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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자웅동체란 사실은 이미 다 알고 계실 거예요. 암컷과 수컷이 한 몸에 존재하는 거죠. ⟪지렁이의 불행한 삶에 대한 짧은 연구⟫ 속 지렁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둘이서 모든 걸 함께 헤쳐나가죠. 운전도 같이, 밥 먹는 것도 같이, 차를 마시는 것, 잠을 자는 것.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모두 둘이서 해냅니다. 그러다 벼락 맞는 일까지 함께 겪게 되면서 그야말로 ‘생이별’을 하게 되죠.
몸이 둘로 갈라져 하루 아침에 혼자가 되어버린 지렁이는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 때문에 아플 수 있나요?”가 바로 이별하는 마음을 정곡으로 찌르는 대사가 아닐까 싶어요. 형태도 모양도 없는 이별은 왜 늘 예리한 통증을 실감케 할까요. 아이유는 노래 ⟨라일락⟩에서 ‘어느 이별이 이토록 달콤할까’라며 이별에 대한 소회를 밝게 조명했지만, 이별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는 여전히 슬프고 아프죠.
그것은 바로 준비해도 준비가 되지 않고, 앞으로 내게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성립되는 이별의 특성 탓인 것 같아요. 책 속 지렁이에게도 ‘반쪽’이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은 이야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서야 나옵니다. 지렁이에게조차 힘든 이별은 왜 필연이란 이름으로 항상 우리에게 돌아오고야 마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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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뒤에 따라오는 것들이 있지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혼자 됨’입니다. 혼자일 때라야 알 수 있는 것, 그게 ‘나’ 아닐까요? 이별은 스스로에게 골몰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지렁이가 비로소 ‘땅굴 파기’에 흥미(재능)를 느꼈던 것처럼 우리도 이별을 통해 분명히 깨우칠 점이 있을 거예요. 저는… 바질레터 에디터들과의 헤어짐을 준비하며 또 구독자님들과의 작별을 실감하며 좋은 인연은 그 만남이 마무리 될 때라야 소중했음을 알게 된다는 걸 배우는 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면한 ‘이별’ 때문에 아프고 힘들겠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딛고 도약할 내가 있을 테니 한편으론 위로가 되지 않나요? 오랜만에 이 책을 펼쳐 읽으며 곧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구독자님들께서도 한 해와의 이별을 앞둔 지금, 한 번 읽어보시길 강권드립니다. 부디 마음 넉넉한 겨울 보내시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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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흘러야만 하는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인간은 흐르는 것에 무력하고, 그래서 지나가는 모든 것이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 저도 어느덧 출판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바질레터의 에디터로서의 활동도 곧 마무리가 될 텐데요. 헤어짐을 어떻게 하면 잘 받아들이고, 또 잘 인사할 수 있을지 나눌 이번 레터에서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책은 김화진 작가님의 ⟪공룡의 이동 경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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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음은 변하고, 모든 관계도 변해야만 하는 걸까요? 소설은 정말 친밀하고 가깝게 지내던 네 사람의 마음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갑니다. 문득 눈길이 가던 인물은 ‘솔아’였어요. 솔아는 좋아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을 미리 슬퍼하는 인물인데요. 아직 그 순간이 다다르지 않더라도, 자꾸만 이별을 곱씹고는 해요. 다들 이런 경험이 있으실까요? 저는 얼마 전 오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이 순간이 다시 올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날씨를 타는 건지 나이를 먹어가는 건지···.
한때 감히 영원을 꿈꾸다가도 돌아보면 뿔뿔이 흩어져 걸어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유독 씁쓸하게 떠오르는 날이 있잖아요. 우연히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훑어 보다가 아쉬워지는 그런 날…… 언젠가 제가 밟아온 이 과정 또한 문득 아련해지고 그리울 날이 오겠죠?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라는 익숙한 노래 가사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은 언제나 아쉬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별은 결국 나의 일이고, 당신의 일이며, 우리 모두의 경로라고 생각하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서도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마음. 김화진 작가님의 소설은 항상 내가 감추고 싶던 나의 부끄러운 감정, 숨기고 싶던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주시는 게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뒤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야. 파도처럼 아래가 위를 덮치고 뒤가 앞을 밀어서 계속해서 오는 거야. 끊임없는 고통이고 위로야.”
마음이 움직이고 시간이 움직이는 것처럼, 이 모든 경로를 돌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그때 이 시간을 돌이켜보았을 때 모두에게 아쉽지 않은 추억이기를 바라며, 저도 다시 한번 잘 이별해 보겠습니다. 매일 헤어지는 날들을 사랑하며 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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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클수록 인연의 소중함도 커지는 법
잘 헤어지기 위한 책 추천이라니…. 벌써 출판 학교에서의 생활도, 바질레터를 발행하는 일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 문득 실감이 나네요.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헤어짐은 매번 아쉬운 것 같아요. 하지만 아쉬울 때 떠나야 하는 법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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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 ⟪쇼코와 미소⟫는 제가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읽었던 책인데요. 당시에 저는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친한 친구들이 전부 재수를 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그리워하는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아요. 소설에서는 담담하게 관계들의 이별을 풀어내고 있는데 전하지 못한 편지 속 그들의 목소리가 저를 스쳐 지나갔던 여러 관계들을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이사를 많이 다녀서 헤어짐에 조금 익숙한 편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이 저에게 써준 편지들을 다시 꺼내보면서 저의 시절 인연을 다시 되돌아봤던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떠나는 입장이었던 것 같아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어떤 것일지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네요.
대략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출판 학교에 다니면서 거의 매일 하루 종일 마케터반 동기들과 붙어 있다 보니 학창 시절 생각이 많이 떠올랐던 것 같아요. 사실 대학교 때도 동기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지는 않잖아요 ㅋㅋ 이것도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며 이제 스비도 바질레터도 놓아주려 합니다. 모두 지나간 인연이 그리워진다면 모아둔 편지를 한 번 꺼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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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했던 시간을 품고 헤어지는 법
요즘 들어 부쩍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기들과 출판학교에서 처음 만났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마지막을 앞두고 있으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매일 만나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이제 곧 끝난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잘 나지 않기도 하고요.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법이나 관계를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막상 헤어지는 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잖아요. ‘잘 헤어진다는 건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 떠올라서 펼쳐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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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의 이야기예요. 코끼리 무리 속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둘 떠나보내고 홀로 남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난 알 하나를 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이 담겨 있어요.
책을 읽다 보면 노든이 여러 번 이별을 겪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자신이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기도 해요. 그런데 노든은 떠나간 이들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면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계속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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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바다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노든의 눈을 쳐다보며, 눈으로 그것을 노든에게 말했다. 노든도 그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의 이별은 단순히 누군가를 잃는 일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을 가지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져요. 헤어진다고 해서 함께했던 시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그 시간을 잊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과거에는 헤어지는 순간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에서 내가 얻은 것도 꽤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잘 헤어진다’는 게 꼭 아무렇지 않게 보내주는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쉽고 슬픈 마음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함께했던 시간을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다시 내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잘 헤어지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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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헤어짐을 앞두고 있거나, 마음속에 아직 보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긴긴밤⟫을 읽어보세요. 이 책이 이별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도 그 시간을 품은 채 어떻게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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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레터 에디터들의 이별에 대한 단상들이 충분한 도움이 되셨을까요?
이별을 키워드로 고른 책의 얼굴이 다양한 만큼
그것에 대처하는 태도도 각양각색인 듯합니다.
그러니 정답은 없는 것이겠죠. 우리, 잘 떠나보내고 잘 맞아들이며 삽시다.
오늘의 바질레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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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바질레터, 어떠셨나요?
무럭무럭 자라나고 싶은 바질레터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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