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오주희’는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난 후 무당의 힘을 빌려 아버지와 계모의 딸 ‘오연린’으로 환생한다. 오직 복수라는 두 번째 삶의 목표를 끈질기게 실행해나가던 연린. 그의 앞에 자신과 유사한 결핍을 지닌 ‘박은정’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필사적으로 파괴하며 점차 비틀린 관계를 맺는다. 그토록 바라던 복수가 완성된 후 좀처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연린 앞에, 예기치 못한 인연이 등장하면서 연린은 복수의 끝에서 또 다른 생을 꿈꾸기 시작한다.
💬 목차
1. 첫 장을 넘기며 — 회빙환을 믿으시나요?
2. 환생 — 여섯번 째 손가락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
3. 복수 — 불륜 그리고 뒤틀린 파멸
4. 마치며 — 구원은 셀프
1. 첫 장을 넘기며 — 회빙환을 믿으시나요?
회빙환은웹소설과웹툰에서
흔히쓰이는용어로
회귀,빙의,환생의앞 글자를
합쳐부르는말입니다.
회귀 :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과 지식을 유지한 채 과거 시점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설정
빙의 :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유지한 채 과거, 이 세계, 혹은 창작물 속의 다른 인물(B)의 몸으로 들어가는 설정
환생 :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유지한 채로 별개의 인물(C)로 다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살아가는 설정
이 소설에서는
환생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죠.
🐕 수수: 빙의는 안 믿지만 환생과 전생은 믿어요. 인간에게는 뇌와 육체 이상의 ‘영혼’이라는 고유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기록: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불교의 윤회 사상처럼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열어두는 편이에요.
📮 구옥: 직접 경험하지 않은 건 절대 안 믿는 강경안믿음파입니다. (웃음)
각자의 믿음은 달랐지만
"사람들은 왜 회빙환 장르에 이토록 열광할까?"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지점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단순히 도파민을 채워주는 판타지적 재미를 넘어
'망해버린 삶을 되돌리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자
'현실의 불합리함을 바로잡고 싶어 기대는 심리'가 투영된 것이 아닐까 하고요.
2. 환생 — 여섯 번째 손가락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
환생 후 생긴 '여섯 번째 손가락'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섯 번째 손가락이 가려웠다. 현관문이 닫힐 때 불어닥친 바람이 피부를 할퀴어도 가렵기만 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손가락을 긁었다. 뼈마디를 뒤덮은 피부 조각이 빙어의 비늘처럼 보여 거칠게 잡아 뜯었다. 살점을 후비며 피가 흐를 때마다 뜨거움을 감각했다. 손가락은, 여전히, 언제나, 살아 있다. 176p
✏️ 기록: 여섯 번째 손가락이 단순한 신체적 단점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끝내 떨쳐내지 못한 '내면의 아쉬움이자 약점'처럼 느껴졌어요. 환생 후에도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결점이자 상징 같은 존재인 거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손가락이 생각보다 큰 약점으로 작용한 것 같지는 않아 아쉬워요.
📮 구옥: 4부에서 이현과 함께 피아노로 <캐논>을 연주하면서 본인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자신의 결점인 여섯 번째 손가락까지도 여섯 세계로 모두 받아들여 준 이현과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는 부분도 좋았어요.
🐕 수수: 마지막에 손가락을 직접 자르는 것을 시도하는 행위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를 보았어요. 스스로를 갉아먹던 상처는 복수로 해결되지 않지만 진정으로 삶을 안정시켜 주는 존재인 이현을 만나 긍정적인 깨달음을 얻었을 때 비로소 흉터마저 옅어질 수 있었죠.
주인공이 환생하여 복수하지 않고 계속 엄마와 살았다면 어땠을까?
🐕 수수: 엄마가 재혼할 수 있도록 도와줬을 것 같아 행복했을 것 같아요. 복수가 아빠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엄마도 사랑하기 때문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니까요.
✏️ 기록: 본인은 내면의 상처로 망가졌는데 엄마가 재혼해서 과거를 다 잊고 잘 산다면 슬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딸이 있었으면 재혼을 안 했을 수도 있으니까.. 만약 엄마가 재혼을 안 했다면 모녀 모두 회복이 엄청 오래 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다면 자살을 안 하지 않았을까요?
📮 구옥: 환생하여 엄마와 만나게 되었을 때 엄마는 환생한 자기 딸을 알아봤을 것 같아 기분이 묘했어요. 환생하지 않고 엄마와 계속 살았더라도 엄마는 계속 딸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 그 관계가 마냥 행복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
📮 구옥: 흑역사는 지우고 싶고 사람은 후회를 하지만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요.
🐕 수수: 행동은 상대적이잖아요.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욕심이 많아질지도 모르겠어요. 미래를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더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해요.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3번의 기회만 주는 것처럼 횟수 제한이 없다면 욕심이 계속해서 불어날 것 같아요.
✏️ 기록: 이런 생각을 많이 해보곤 하지만 실제로 과거를 바꿀 수 없으니 어려운 것 같아요. 과거를 바꾸면 바꾸는 대로 분명 또 단점이 있을 거예요.
3. 복수 — 불륜과 반전 그리고 뒤틀린 파멸
창작자들이 종종 모범적이지 않은 길을 걷는 이유는 그들이 바보여서가 아니라,
위험을 짊어진 후에야 더듬을 수 있는 추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中 -
이현이 아니라 은정을 선택했다면 해피엔딩으로 끝났을까?
🐕 수수: 외로운 삶을 살다가 다른 결의 사랑을 느낀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핏줄이라는 도덕성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양심적으로 피해가 생겼을 거예요.
📮 구옥: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아서 해피엔딩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 반전에서 묘하게 영화 <그을린 사랑>의 반전이 생각났는데 핏줄로 얽혀있는 반전이라 더 충격적인 것 같아요.
✏️ 기록: 저는 연린이는 은정이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은정이는 연린이를 너무 사랑했지만 연린이는 그냥 동질감으로 그 관계를 이어간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집착하는 은정이의 모습을 보면 은정이를 선택했어도 절대 좋게 끝날 것 같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보았다면 복수는 나쁜 행동일까, 정당한 응징일까?
어떤 것들은 돌아온다. 강하게 싫다고 느끼면, 그것이 당신을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키다가 불쑥 손을 잡는다. 미움과 사랑의 뿌리를 잘 살펴야 한다. 295p
📮 구옥: 복수의 대상이 뚜렷해도 통쾌하기보다 불편한 건 복수라는 행위 자체가 결국 자기 파괴적 저주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 수수: 복수를 위한 복수는 저주라고 생각해요. 여기서는 친엄마가 잊고 살아가는 태도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 기록: 복수를 한다고 후련할까요?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자기 파괴적으로 살아가는데, 일차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정당한 응징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복수는 결국 나를 위한 행동이 아니죠. 미움에 몰두하다 보면 그 미움에 삶을 지배당하게 될 거예요.
4. 마치며 — 구원은 셀프
"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한때는 이현에게서 구원을 얻으려 했으나 뿌리는 여전히 나에게 있었다. 나의 존재가, 삶 자체가 지속되는 이상 절대로 구원받지 못했다. 죽은 노인이 하늘에서 모든 걸 다 알아차리고 신력으로 액운을 내리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와서 뭘 어쩌란 말인가. 내게도 사람과 사랑은 필요했다. 262p
소설 《주와연》은 '손 부적'이라는
오컬트적 장치와
윤회라는 불교적 세계관을 빌려
현실에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파격적인 생의 장면들을
압도적인 전개로 펼쳐 보입니다.
기꺼이 타락의 불길 속으로 돌진하던 이야기는 복수를 숙명으로 삼고 태어난 삶의 끝에서 광기 어린 충격과 반전을 선사합니다.
소설은 불온함을 동력 삼아 질주하며
독자를 예상치 못한 파멸과 구원의 경계로 데려갑니다.
짜릿한 도파민의 순간을 지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입니다.
💌 독자 여러분께 건네는 질문
만약 이전 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다시 태어난다면,
여러분은 과거의 상처를 되갚는 길을 걷겠습니까,
아니면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택하시겠습니까?
《주와연》을 읽으신 여러분의 생각도 답장으로 편하게 들려주세요.
🌱 바질레터 선정!
「주와연」과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추천
와즈디 무아와드, 《화염》 - 레바논 태생 퀘벡 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가 10여 년에 걸쳐 쓴 4부작 비극 중 두 번째 작품.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원작 연극도 있음.
드니 빌뇌브,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1) : 원작 희곡 <화염>을 영화화한 작품. 어머니의 충격적인 유언을 따라 과거를 추적하던 쌍둥이 남매가 전쟁과 증오의 소용돌이 속에 숨겨진 비극적인 가족의 진실과 마주하는 영화.
제임스 M. 케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비정한 현실에 몸서리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낭만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해외 문학 소설.
예소연, 《사랑과 결함》 : 청소년기에 가족으로부터 겪은 사건과 서사가 아직 여물지 못한 자아에 남기는 흔적이 담겨져 있음. 그 상처와 결핍 속에서 피어나는 치기 어린 우정 그리고 서툴고 불완전한 마음들이 담겨져 있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