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졌더라고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말이죠.
이렇게 좋은 날씨를 그냥 보내긴 아깝잖아요.
그래서 저희 바질레터 에디터들이
책 한 권씩 들고 밖으로 나가봤습니다!
햇살 좋은 광장부터 한강 보이는 잔디밭,
남산타워 뷰의 테라스까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책을 펼쳤어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 장씩 넘기다 보니
"집에서 읽을 때보다 더 잘 읽히는데?" 싶기도 했고요.
조금만 지나면 또 추워질 테니,
오늘은 저희와 함께 가을을 읽으러 나가보실래요? 🍂
노들섬 편 — 노들서가
🌳 한강 한가운데서 책을 읽는다면
드디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네요.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길었던 것 같아요. ㅠㅠ 여름이 한풀 꺾인 지금 밖에서 책 읽기 딱 좋은 계절이죠. 야외 독서 하면 저는 늘 노들섬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한강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라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물이 보이거든요.
노들섬은 한강대교 중간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음악 공연장과 갤러리, 식물 공방 같은 다양한 문화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그중에서도 야외 독서의 무대가 되는 곳은 잔디마당입니다. 한낮의 햇살부터 저녁 노을까지, 하늘과 가장 넓게 맞닿은 노들섬의 대표 야외 공간인데요. 드넓은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으면 한강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양옆으로 한강대교와 한강철교가 시야를 감싸줍니다. 곳곳에 앉을 수 있는 의자들과 흔들 그네가 마련되어 있어요. (흔들 그네는 인기가 많아 눈치 싸움이 필수 ㅎㅎ)
📚 시집 한 권 들고 노들섬으로
그런데 제가 노들섬을 특히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노들서가'입니다. 책과 음악이 함께하는 휴게공간으로 독서와 휴식을 편히 즐길 수 있는 곳인데요. 창으로 비치는 노들섬의 모습을 바라보며 빈백에 기대어 독서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전시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책과 문화생활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이곳을 좋아하실 거예요.
다만 현재 '노들 글로벌 예술섬' 재단장 공사로 일부 구역 출입이 제한되어 있으니 가시기 전에 홈페이지를 한 번 확인해 보세요. 9월 18일 수변문화공간 개방 예정이라고 하는데 새롭게 바뀐 노들섬의 모습도 너무 기대돼요. 우리 같이 시집 한 권 들고 노들섬으로 떠나봅시다 ~ 🍂
광화문 편 — 야외 도서관
🍂 바람이 넘겨주는 페이지
가을양… 잘 찾아오셨군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 코앞에!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번 가을에는 책을 들고 조용한 자리 대신 잠시 바깥으로 나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바람이 페이지를 제멋대로 넘겨버리면 황급히 손으로 눌러 잡는 일까지도, 야외 독서의 몫입니다.
📚 책 없이 와도 괜찮아요
제가 야외 독서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광화문, 청계천 일대예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야외에서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라면 저는 뭐니뭐니해도 서울에선 광화문을 꼽고 싶어요! 마침, 11월 초까지 광화문에서 야외 도서관이 열려요. 햇살이 너무 강하면 현장에서 양산도 빌릴 수 있고, 책이 없을 때엔 서울시에서 큐레이션해 준 재밌는 책들을 현장에서 즉석으로 빌려 읽을 수 있어요. 저는 햇살이 너무 좋았던 날 『나태주의 풀꽃 인생 수업』을 빌려 읽었어요. 가방도 손도 가볍게 나서고 싶은 날, 광화문에서 이렇게 뜻밖의 책을 빌려 읽어 가을처럼 넉넉한 마음 챙김도 좋을 것 같아요!
광화문 바로 옆, 청계천에 들려서 책을 읽어도 좋아요! 버스킹을 하는 날에는 음악 소리와 함께 사진에 살짝 보이듯 알록달록한 조명이 물에 반영되어서 독서의 분위기를 한껏 더 올려준답니다. 이렇게 물가에서 풀과 이끼 냄새를 맡으며 책을 읽는 것도 좋겠죠! 모기도 입이 삐뚤어지는 게 가을이라니까… 이제 선선해졌으니 모기도 없을테죠… 좋아하는 책 들고 청계천을 거닐다가, 잠깐 쉬어 앉아 독서하고 가도 좋을 것 같아요!
후암동 편 — 남산도서관
🍁 100년 된 도서관이 산 위에 있습니다
야외 독서라고 하면 보통 공원이나 강가를 떠올리실 텐데요. 저는 조금 다른 곳을 추천하려고 해요. 도서관인데, 밖에서 읽을 수 있는 곳이거든요. 회현역에서공원을 따라 남산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을 좋아합니다. 오르막이라 숨은 좀 차지만 성곽길이 예뻐서 일부러 걸어 올라가는 날도 있어요. 버스로 한 번에 갈 수도 있는데, 이 길을 걷는 시간까지가 남산도서관에 가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남산도서관은 1922년 경성부립도서관을 전신으로 하는 서울시 최초의 공립도서관이에요. 몇 차례 이름과 자리를 바꾸며 이어져 오다 지금의 남산 자락에 자리 잡았는데요. 백 년 넘게 서울 한복판을 지켜온 도서관이 지금은 산 위에 앉아 있다는 게 어쩐지 재밌습니다.
🎧 남산을 보며 듣는 「서울」
제가 좋아하는 자리는 2층 야외 테라스, '남산 하늘뜰'입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남산이 정면으로 펼쳐져요. 실내에서 책을 읽다가 답답해질 때쯤 이곳으로 나오면, 공기부터 달라집니다. 여기서 제가 꼭 하는 일이 있어요. 이어폰을 꽂고 쏜애플의 「서울」을 트는 겁니다. 매일 지나다니는 도시인데도 그 노래를 들으며 남산을 보고 있으면 '아, 나 서울에 있구나' 싶어져요. 늘 서울에 있으면서도 서울에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랄까요.
그리고 남산 하늘뜰은 서울 단풍 명소로도 꼽히는 자리예요. 이제 곧 남산이 물들기 시작할 텐데, 그 앞에서 책장을 넘기는 가을이라니 꽤 근사하지 않나요? 단풍 구경하러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요. 배가 고파지면 구내식당으로 가시면 됩니다. 도서관 구내식당인데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 점심시간에 맞춰 가면 하루가 알차게 채워져요.
주의!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대로 서울역 쪽으로 걸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차여행이 시작될 수도 있어요 (경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