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레터의 두 번째 잎은 조금 다른 여름을 걸어보려 합니다.
장마가 지나고나면, 다시 찌는 더위가 찾아온다고 해요. 여름 밤에 서늘한 이야기 두 편으로 등골을 시원하게 만들어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달콤한 사랑이야기 두 편으로 서늘해진 마음을 다시 데우려해요.
설렘과 두려움 이 둘은 반대편에 서있는 감정같지만,
사실 우리의 심장을 빠르게 건드린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에 진한 색을 주는 감정이예요.
여러분은 어떤 감정에 더 끌리시나요?
어느 책을 먼저 펼치든, 여러분의 하루에는 진한 자국이 남아있을 거예요!
준비되셨을까요?
editor.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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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세스지
여러분은 여름에 더위를 떨쳐내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공포 소설 읽기예요!
제가 소개할 책은 일본 소설 창작 사이트에 연재되자마자 조회수 1,400만을 돌파하고 SNS를 발칵 뒤집어놓은 세스지의 데뷔작인데요. 읽다 보면 자꾸 "이거 혹시 실화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이 책의 가장 무서운 점이에요.
이 책은 "동료가 실종되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시작해요. 그런데 그게 소설의 첫 줄인지, 실제 제보 요청인지 순간 헷갈릴 정도예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를 조사하러 떠난 동료가 그 이후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작가는 그를 찾기 위해 관련된 괴담들을 모아나가요. 잡지 기사, 인터넷 게시글, 편지, 녹취록 같은 다양한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모든 게 실제 자료처럼 느껴져서 읽는 내내 묘한 긴장감이 따라와요.
읽고나면 아파트, 동네 뒷산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들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수 있구나 싶을 거예요. 더운 여름밤, 혼자 읽기엔 딱이에요. 사실 어쩌면 밝은 대낮에 읽어야 할 수도 있어요.. (경험담)
학창시절에 《무서운게 딱! 좋아!》 시리즈를 손에서 놓지 못했던 어린이였다면, 이 책도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P.S. 다 읽고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면, 책의 맨 뒤 부록 사진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저는 사진과 눈이 마주치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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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람과 사랑, 영원을 이야기하는 책을 좋아하는 기록입니다.
좋은 글을 기록하며 여러분들께 조금씩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닉네임을 기록으로 짓게 되었어요! 글자 그대로, 좋은 것들을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이에요. 저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곱씹으며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제가 마음에 품어온 노래 가사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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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 온다 리쿠
"그래. 현실이 더 무섭고, 영문을 모를 때가 많아.
어쩌면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일에 더욱 끌리는지도 모르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괴담>입니다. 다몬, 미즈시마, 오노에, 구로다라는 40대 남성 네 명이 연례행사처럼 때마다 모여 일본의 오래된 카페를 돌아다니며 섬뜩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죠. 여러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다몬의 <우산 이야기>가 가장 섬뜩했습니다. 항상 분실하고 마는 우산이 어떻게든 다몬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구독자분들께서도 그런 물건이 있으신지요?
저의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같은 물건이 연달아 사라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같은 우산을 세 번이나 잃어버렸지요.(공교롭게 저도 우산이네요.) 우산 가격이 3만원대로 꽤 비싼 편이었는데도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어 세 번이나 샀던 것입니다. …무섭죠?
첫번째는 따릉이 바구니에 넣어놓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새 까먹고 고스란히 반납해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깨달았을 때는 새벽 2시경이라 이미 서울시에서 따릉이를 일괄 수거해간 뒤였지요. 두 번째로는 콕 집어 설명할 수조차 없이 은연중에 제 손을 떠나버렸습니다. 제일 기묘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기억을 샅샅이 뒤져봐도 도무지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감쪽같이 사라진 우산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머금고 재주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는 버스에 내버려 둔 채 그냥 하차해버리면서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막 알아차렸다면 유실물센터를 찾아가는 노력이라도 해봤겠지만, 며칠이 지난 어느날 문득 내게 우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뙤약볕의 한가운데 멍하니 서서 우산이 어떻게 되었을지 곰곰 생각해보다가, 그만 갈 길을 마저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편의점 비닐우산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지난해 여름 쿠팡에서 적당한 값을 치르고 산 우산에 정착한 뒤로는 한 번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쓰고 있습니다. 물건에도 인연이란 게 있는 걸까요? 작중 다몬의 대사로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글쎄,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으면, 물건에도 차츰 인격이 깃들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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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색입니다. 다들 여름을 어떻게 날지 '모색'하고 있나요?🤣 저는 더위가 너무 힘겨울 때마다 관념적인 여름을 떠올리며 물리치려고 무척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기 손바닥 같은 잎들과 사색을 돕는 매미 울음소리, 습윤한 목덜미를 스치고 가는 바람 따위 말이에요.
다가온 여름과 다가올 가을 동안에 잘 부탁드립니다. 또 다른 모색으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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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불길이라도 난 뛰어들게
이번 편 제 글의 제목은 다들 잘 알고 계실(알고… 계시겠지요?) 비스트가 부른 <그림자>의 가사입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 《핑거스미스》의 표지를 보고 있으니 왠지 이런 미친 사랑의 노래를 읊조리게 되는 거 있죠….
《핑거스미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로도 유명하지요. 일제강점기 때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아가씨>와 달리, 《핑거스미스》는 1860년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해요. 순진해 보이는 귀족 아가씨 ‘모드’와 그녀의 유산을 빼앗으러 온 하녀이자 소매치기인 ‘수전’, 수전과 한통속이 되어 모드와 결혼하고자 하는 ‘젠틀맨’, 성애 소설을 수집하는 삼촌과 음습한 저택. 처음에는 영화 <아가씨>와 거의 유사한 구조로 진행돼 신기한 마음 반, ‘다시 봐도 재밌다’하는 마음 반으로 읽어 내려갔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제가 알고 있던 흐름과 다른 곳으로 주인공들은 발걸음하기 시작했고, 저는 경악 속에서 새벽 밤을 꼴딱 새웠답니다.
책을 읽을 때 저의 오래된 습관 중 하나는 이야기 속에 저를 빗대어 보는 건데요. ‘나였으면…’ 으로 운을 떼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거예요. 몇 겹의 배신과 폭로 속에서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속았다는 배신감과 버려졌다는 수치심. 더 이상 빌 수 없는 용서를 가슴에 품다가도, 상대가 죽일 듯이 미워 잠들지 못하고 삭히는 날들. 그 모든 걸 뛰어넘은 사랑이라니. 아니, 그 모든 걸 다 겪어낸 사랑이라니. 소설을 다 읽은 뒤에도 감히 상상되지 않는 걸 보니 오늘의 ‘나였으면…’ 놀이는 싱겁게 끝난 듯합니다. 저는 너무나도 나약한 현대인이네요.
그렇지만 나의 것이 아니라서 더욱 재밌는 이야기가 있죠.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모드와 수전을 보며 가슴을 쥐어뜯었던 제가 보장합니다.
미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 꼭 《핑거스미스》를 기억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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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림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리는 게 낯설기도,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네요. '정림'은 지어진 지 채 한달이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이름이에요. 여러분께 기억되고 싶은, 불리우고 싶은 이름이란 무얼까 고민을 오래했어요.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는 숲이었는데요. 한창 식물에 관한 책을 읽고 있기도 했고, 다양한 초록을 담는 나무를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수풀 림을 이름의 끝 자로 정한 뒤, 여러가지 글자를 붙여 보다가 저는 정림이 되었어요. 뜻 정, 머무를 정, 고요할 정…. 제가 가지고 싶은 뜻을 정이라는 글자가 가지고 있더군요. 조금 낯간지럽지만… 여러분 앞에 정림으로 서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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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수영을 배운 건 정말 잘한 일이야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마음 한구석엔 ‘수영’이라는 숙제가 떠오릅니다. 바다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헤엄은 서툴러 늘 튜브에 몸을 기대왔거든요.
지난여름에는 처음으로 물에 뜨는 방법을 배웠어요.
“몸에 힘을 빼고 그냥 누우면 돼.”
물속에 귀를 반쯤 담근 채 누워 있으니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유로움이 찾아왔습니다.
뜬다는 건 결국 힘을 빼는 일입니다. 발버둥을 멈추고, 물을 믿고, 나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일이죠.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도 꼭 그렇습니다. 잘 보이려는 마음, 가라앉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서로에게 받쳐집니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했지
너에게 수영을 배운 건 정말 잘한 일이야
평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민음의 시 288, 박은지 시집 『여름 상설 공연』에 실린 「생존 수영」의 일부입니다.
수영 앞에 '생존'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물에 뜨는 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살아남는 일이 됩니다.
박은지의 시들은 대개 위태로운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위태로움 속에서 끝내 사랑하는 쪽을, 살아내는 쪽을 향합니다.
「생존 수영」 역시 그렇습니다.
시의 전문은 시집에서 직접 만나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옮겨 적는 것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을 때 더 깊게 잠기는 시거든요.
P.S. 제게 뜨는 법을 알려준 그 사람을 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에게 수영을 배운 건 정말 잘한 일이니까요.
윤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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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윤슬입니다.
바다를 좋아합니다. 여름도 좋아하고요.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나라의 작은 섬들을 찾아다니며 자연 속에 잠기는 시간을 진심으로 아낍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윤슬’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시와 책, 그리고 계절의 풍경처럼 마음에 잔잔히 남는 것들을 사랑하는 저에게는 오랫동안 품어온 단어이기도 합니다.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순간보다, 문득 떠올랐을 때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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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바질레터, 어떠셨나요?
무럭무럭 자라나고 싶은 바질레터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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