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저는 단지 물만 줬을 뿐인데요… 잎의 시든 정도와 처짐 상태를 분석해 본 결과 ‘과습’이 원인이었어요.(가당치도 않습니다 판사님) 화분이 족히 스무 점은 넘는 이모와 엄마는 한 그루 한 그루 잘 들여다보지도 않고, 굉장히 러프하게 물을 주는 것 같은데도 잎이 통통하니 잘만 크는데, 왜 저는 손만 댔다 하면 이렇게 맥을 못 추게 되는 걸까요. 이번에도 오는 길 고생했다고(배송시킴) 이틀 정도 환경에 적응시킨 다음 겉흙이 젖을 정도로만 급수했는데 하나둘 쪼그라들고 시들더라고요… 해가 부족했나 싶어 창틀에 앉혀 바람을 쐬었는데도 차도가 없고, 죽을 날 받은 시한부마냥 바싹 바싹 마르고 있습니다.ㅠㅠ
너마저 가버리면 나는 우쯔카라고 워쯔카라고…
그래도 파키라는 스물다섯 살 무렵부터 키워서 나름 오래 동고동락했던 친구예요. 다만 올해 들어서 잎이 시들시들해지더니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가지만 남아버렸지만요. 여유 되는 날 화분과 함께 처분해 버리려고 책장 옆에 내버려두고 잊어버렸는데, 어느새 싹을 틔웠지 뭐예요?! 얼른 급수하고 매일매일 지켜보면서 얼마나 자랐나 확인하는 게 나름의 행복이었는데… 고양이가 꼬리로 쳐버렸는지, 시들어버릴 조짐을 보이는 건지 달랑 한 장만 남겨두고 떨어졌습니다… 아아…. 어떻게든 소생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요즘입니다.
꼭 제 마음의 거울이라도 되는 듯이 고된 타이밍에 시든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식물도 식물이지만 저를 잘 가꿔야겠다는 다짐이 들어요. '돌봄'이라는 것은 결국 '나'를 굽어살피는 일인가 봅니다. 또 식물 일기 쓸 날이 온다면 어떻게 되었는지 경과 보고하겠습니다🫡
저는 요즘 자랑할 게 많은 사람입니다. 이 고얀 자식… 인사도 않고 거들먹대나 싶어 괘씸하시죠?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가진 게 많은 사람이 되고 보니, 재채기를 참을 수 없듯 입이 간질간질하여 도무지 다물고 있을 수 없었어요. 제가 요즘 자랑하고픈 건 다름 아닌 저희 집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식물들입니다.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해가 뜨면 낮이 되고 어두워지면 밤이 되어 하루가 넘어간다는 것만 알겠는 거 있죠. 생각해 보니 서랍장 위를 먼지떨이로 청소한 지도 2주가 넘었더라구요. 자타공인 집순이인지라 여유 있을 때 콕 박혀 있자는 속셈으로 먼지 구덩이 속도 좋다고 뒹굴뒹굴 댔어요. 그러다 이번 뉴스레터 주제가 ‘식물 일기’로 정해진 뒤에야 운동화를 흙으로 더럽힐 각오가 생겼네요. (저희 텃밭의 실질적인 농장주는 저희 어머니셔요.)
한 달 만에 찾아간 텃밭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제 키를 넘어설 듯 웃자란 옥수수의 잎은 꼭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 걸린 주렴 같았어요.
씨앗을 심을 때는 반신반의했습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씨앗은 생명력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메마르고 작았거든요. ‘여기서 파릇파릇한 초록 잎이 움틀 수 있을까? 안 되면 모종을 사지, 뭐.’ 하는 마음으로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로 적셨죠. 걱정이 무색하게 새싹은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여전히 의심을 거둘 줄 몰라 설렘보다 볼멘소리를 앞세웠어요. 잎과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만큼 크지 못할 거 같았거든요.
옆에서 꽹과리마냥 요란하게 초를 치든 말든, 식물들은 그저 생장에 집중하며 자라났습니다.
우리 레터의 간판이 나와주셨습니다. (짝짝짝) 바질은 벌레들한테 인기가 많은가 봐요. 잎에 유독 구멍이 많이 생겨서 벌레 먹기 전에 빨리빨리 따 줘야 한다더라고요. 작년에 집 안에서 바질을 키워 봤는데, 손바닥 한 뼘 높이 이상으로 자라지 못했어요. 허브류는 바깥에서 바람을 많이 맞아야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사실이었네요. 좁은 세계에서 자랄 아이가 아니었는데, 미안하다…. 바질페스토는 굳이 바질을 키우지 않더라도 생바질을 사서 꼭 한 번 직접 만들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정말 신선한 맛이 나요. 독립한 저희 집 식구에게도 나눠줬는데 눈물의 카톡이 왔더랬죠. (진짜로 울진 않았다고 하네요)
토마토와 고추도 모두 자기만의 결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달력을 넘긴 뒤에야 비로소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끼는 저에게, 눈 깜짝할 새 모양을 달리하는 식물들은 큰 울림을 주네요. 시간을 통과하는 듯 흐리멍덩한 감각에서 겪어내는 감각으로 바꾸어 주고요. 오랜만에 방문해 기분만 잔뜩 낸 것 같아 부끄럽지만, 결실을 맺어가는 식물들을 보며 한 주 거뜬히 지낼 수 있는 기쁨을 얻었습니다.
오늘은 집에 있는 식물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제 방에 더 많은 식물을 두고 싶었는데 바람이 잘 안 들어오는 관계로 많은 식물이 거실로 쫓겨났어요 ^..^ 그래서 제 방에는 스킨답서스만 남게 되었다는 슬픈 사실 ㅎㅎ 그렇지만 거실에 있는 식물도 엄마가 잘 관리해 주고 있답니다. (어쩌면 거실로 가서 죽지 않았을지도..) 스킨답서스는 식집사 초보분들도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 입문용으로 추천해 드려요!
또 제가 아끼는 식물은 재작년에 친구랑 대구로 여행을 갔다가 트롤에 담겨 있는 게 너무 귀여워서 사 온 이오난사! 이 친구는 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공중 식물이에요. 공기 정화 기능이 있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 키우기도 좋아요 ㅎㅎ 잘 키우면 보라색 꽃을 볼 수도 있다는데 아직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아직 식집사가 되기는 멀었나 봅니다....
저는 플랜테리어, 원목 가구로 둘러싸인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제 방도 그렇게 꾸몄어요. 식물과 나무가 주는 힐링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건 tmi긴 하지만 나중에 숲세권에 사는 출판사 할머니가 되는 것이 지금 제 인생의 최종 목표랍니다 ^.^ 식물을 키우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주기적으로 물도 주고 분갈이도 해주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줘야 해요. 무럭무럭 자라거나 가끔 우연히 핀 꽃을 보게 되면 뿌듯하고 마음이 좋아져요. 무언가를 키운다는 건 정말 사소한 정성이 들어가는 일인 것 같아요. 식물을 키우면서 엄마의 마음을 아주 약간은 느낀 것 같기도 합니다.